30대 후반에 붓글씨를 배운 적이 있다. 동네 서예학원에 다니다가 좀 더 이름 있는 선생한테 배운다고 모 신문사 문화센터에 들어갔다. 가르치던 선생은 국전 특선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분이었다. 이 분은 서예 외에도 역사적 사건에 얽힌 배경을 설명하고 수강생의 관상을 봐주는 등 강의를 재미있게 진행했다. 날 보고는 젊을 때는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50이 넘으면 빛을 본다고 잔뜩 희망 섞인 덕담을 했다. 결과적으로 빛 본 것 하나 없지만 들을 때는 기분 좋은 말이었다. 하여튼 이 분은 언행을 통해 자신이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 특출한 재주가 있었다. 수강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던 강의였다. 몇 달 다니지 않아서였다. 서예 전시회를 한다고 하나씩 작품을 만들라고 했다. 초보인데 벌써 무슨 작품이냐고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