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 3

천진암 큰괭이밥과 괭이눈

예나 다름 없이 천진암의 4월은 봄꽃이 많이 피어 있다. 현호색이 제일 흔하고 제비꽃도 자주 눈에 띈다. 시든 꿩의바람꽃도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앵자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물 가에 큰괭이밥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큰괭이밥이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옆에는 괭이밥도 몇 개체 있었다. 나에게 천진암은 성지이기보다 먼저 예쁜 꽃밭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 큰괭이밥 ▽ 괭이눈. 줄기에 흰 털이 있는 걸로 보아 흰괭이눈이라 해야 정확한 이름일 듯하다.

꽃들의향기 2020.04.03

괭이밥

아내는 괭이밥을 어렸을 때 ‘신건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잎을 따서 먹으면 났던 시큼한 맛도 기억했다. 여자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할 때 이 괭이밥 잎을 사금파리에 담아 반찬으로 삼고 놀았다. 실제 괭이밥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는다니 놀이 재료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또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일 때 괭이밥 잎을 함께 찧어 쓰기도 했다. 잎이 산성을 띄고 있는데 백반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괭이밥은 우리에게 친근한 식물이다. 너무 친근한 탓인가,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어떤 때는 귀찮기도 하다. 괭이밥은 땅바닥을 기면서 자라는데 등불처럼 노란 꽃을 피운다. 시인은 우리에게 세상의 낮은 곳에서 땅을 기어보았느냐고 묻는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땅을 기어보았느냐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이 후미진 땅..

꽃들의향기 2010.04.29

큰괭이밥

큰괭이밥은 산에서 일찍 피는 꽃이다. 아직 풀이 돋기 전 낙엽이 사이에 핀 큰괭이밥은 마치 보호색을 한 것 같아 쉽게 찾기 어렵다. 꽃줄기에서 한 개의꽃이 피는데 부끄러운 듯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처럼 고개를 세운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꽃을 들여다 보거나 사진을 찍자면 땅에 엎드려야만 한다. 낮아져야 볼 수 있는 꽃이 큰괭이밥이다. 꽃잎에는 실핏줄 모양의 붉은색 선이 그어져 있는 게 어찌 보면 삿갓을 쓴 사람 같다. 큰괭이밥은 날씨가 흐리면 꽃잎을 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모습이며 연약해 보이는 외모가 수수하면서 부끄럼 많은 촌색시를 연상시킨다. 이름에 나오는 괭이는 고양이를 뜻하는데 괭이밥이나 큰괭이밥의 잎을 고양이가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큰괭이밥의 잎은 특이하게 삼각형으로 생겼다. 야생화를..

꽃들의향기 201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