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괭이밥은 산에서 일찍 피는 꽃이다. 아직 풀이 돋기 전 낙엽이 사이에 핀 큰괭이밥은 마치 보호색을 한 것 같아 쉽게 찾기 어렵다. 꽃줄기에서 한 개의꽃이 피는데 부끄러운 듯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처럼 고개를 세운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꽃을 들여다 보거나 사진을 찍자면 땅에 엎드려야만 한다. 낮아져야 볼 수 있는 꽃이 큰괭이밥이다. 꽃잎에는 실핏줄 모양의 붉은색 선이 그어져 있는 게 어찌 보면 삿갓을 쓴 사람 같다.
큰괭이밥은 날씨가 흐리면 꽃잎을 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모습이며 연약해 보이는 외모가 수수하면서 부끄럼 많은 촌색시를 연상시킨다. 이름에 나오는 괭이는 고양이를 뜻하는데 괭이밥이나 큰괭이밥의 잎을 고양이가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큰괭이밥의 잎은 특이하게 삼각형으로 생겼다.
야생화를 찍는 사진팀이 지나가더니 큰괭이밥 주변의 낙엽을 전부 긁어 놓았다. 아마 지저분한 배경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러나 사진은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심한 경우어떤 사람들은 꽃을 옮기기도 한다. 꽃을 사랑하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보게 되면 마음이 아프다. 지난 번에 천마산에 갔을 때는 올라갈 때 본 예쁜 복수초가 내려올 때 보니까 사라지고 없었다. 파낸 구덩이만 덩그마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