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야생화를 찾아다닐 때 광덕산에서 만주바람꽃을 본 적이 있었다. 벌써 15 년 전의 일이다. 그뒤로는 만주바람꽃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천마산에서 넓은 군락지를 만났다. 꽃은 정점을 지나 시들어가고 있었으나 계곡 물가를 따라 점점이 피어 있는 만주바람꽃은 그래도 무척 반가웠다.
만주바람꽃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꽃잎의 흰색은 빛나지도 화사하지도 않다. 도리어 그러함이 친근감이 더 드는 꽃이다. 꽃 이름에 붙은 만주라는 말도 투박하지만 강인한 느낌을 들게 한다. 꽃에 지역 이름이 붙어 있으면 최초로 발견된 곳을 의미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만주바람꽃도 아마 만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것이다.
여러 바람꽃 종류 중에 제일 먼저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이 피고 뒤이어서 만주바람꽃이 핀다. 셋은 생긴 모양도 비슷해서 이른 봄의 바람꽃 삼형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오랜만에 만주바람꽃을 해후한 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