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4

스마트폰 한 달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한 달이 되었다. 재미난 노리개가 새로 생겼다. 이놈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늦바람이 무섭다.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라는 걸 사용해 보니 알겠다. 이름은 폰이지만 전화보다는 다른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한다. 작지만 무서운 기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누워서 뉴스를 읽고, 요사이는 월드컵이 열리니 관심 있는 경기는 중계도 본다. 일어나 거실로 나가 TV나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신기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 놓고 심심할 때면 볼륨을 높인다. 작은 스피커가 아쉽긴 하지만 듣는 데는 지장이 없다. 폰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더욱 좋다. 팥알만 한 렌즈치고는..

참살이의꿈 2014.06.29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방문을 벗어나면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내비게이션이 나오고 나서 택시 기사들마저 모니터를 벗어나면 길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컴퓨터가 나오고 나서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하고 가만히 얼굴을 마주 보는 법을 잃어버렸다 자동차 바퀴에 내 두 발로 걷는 능력을 내주고 대학 자격증에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내주고 의료 시스템에 내 몸 안의 치유 능력을 내주고 국가 권력에 내 삶의 자율 권력을 내주고 하나뿐인 삶으로 내몰리면서 나는 삶을 잃어버렸다 -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천지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진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한음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한 장부가 밭두렁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물길을 내고 우물에 들어가..

시읽는기쁨 2013.04.27

장자[77]

기계가 있으면 반드시 기계를 부리는 자가 있고 기계를 부리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기계의 마음이 생기고 가슴속에 기계의 마음이 생기면 순백의 바탕이 없어지고 순백의 바탕이 없어지면 정신과 성품이 안정되지 못하고 정신과 성품이 불안정하면 도가 깃들 곳이 없다고 했소. 내가 두레박 기계를 몰라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는 것이오. 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 機心存於胸中 則純白不備 純白不備 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 吾非不知 羞而不爲也 - 天地 8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유세를 마치고 진(晉) 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밭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그는 옹기그릇을 가지고 들고나며 우물에서 물을 퍼내고 있었다. 자공이 농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약 기계를 쓴다면 하루에 백 두렁의 밭에..

삶의나침반 2009.07.02

기심(機心)

작년과 달라진 점이 많습니다. 제 주변에 몇 가지의 기계가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 휴대폰을 장만해서 이젠 늘 이놈이 옆에 따라 다닙니다. 심심해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그러다가 무슨 소식이 없나 자주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이놈에게 콜라를 엎어버려서 먹통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걸 수리하느라 원주를 하루 내내 들락거리기도 했습니다. 편리함이 좋긴 하지만 그것에 마음 앗김이 보통이 아닙니다. 또 묵직한 카메라 가방이 있습니다. 거금을 들여 산 카메라를 묵히기도 그렇고 어디에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닙니다. 놓고 가면 아쉽고 또 누가 들고가지 않을까 근심이 되고, 가지고 다니면 별로 쓰지도 않으면서 무겁기만 하고, 어떨 때는 애물단지가 딴게 아닙니다. 이래서 또 하나 제 마음을 앗아가는..

참살이의꿈 200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