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로 유순하게 [김:밥]이라 말하는 것보다 경상도 된소리로 [김빱]이라 말할 때 그 말이 내게 진짜 김밥이 된다 심심할 때 먹는 배부른 김밥이 아니라 소풍갈 때 일 년에 한두 번 먹었던 늘 배고팠던 우리 어린 시절의 그 김빱 김밥천국 김밥나라에서 마음대로 골라먹는 소고기김밥 참치김밥 김치김밥 다이어트김밥 아니라 소풍날 새벽 일찍 어머니가 싸주시던 김밥 내게 귀한 밥이어서 김밥이 아니라 김빱인 김빱이라 말할 때 저절로 맛이 되는 나의 가난한 시니피앙 - 김밥의 시니피앙 / 정일근 시니피앙? 이 말을 모르면 어디 가서 지식인 행세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식인들은 쉽고 단순한 것을 무척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재주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말에는 개인의 추억과 정서가 묻어 있다. 똑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