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완 2

애첩 한고랑 / 김진완

- 느 아부지 요즘 첩이 생겼다 첩에 홀린 아버지 새벽이슬 밟는다 전철 두 번 갈아타고 30분을 걸어 만난 첩 연초록 치마 들춘다 - 히따야 요게 하는 재미! 주책이지! 침까지 흘린다 가족 소풍날, 아버지 상추 첩- 첩- 겹쳐 건넨다 아비 애첩은 손이 크고 인심도 푸져서 열 네 식구 배불리 먹이고도 성에 안 차 상추 한 보따리씩 안겨준다 - 요즘 느 아부지 팔자에 없는 첩 덕택으로 어깨에 힘 쫌 주니라 - 하모, 내 이래 뵈도 동네 삼아웃 쌈싸무기를 책임지고 있는 싸나이라! 그라니 어깨에 힘 안 주고 배기겠나! 봐라 상추가 얼매나 싱싱한지 펄펄 날라가라칸다 희안하지? 늙은 아비 혼을 빼먹어도 본처는 시샘이 안 나 첩 이름은 한고랑 변두리 주말농장 밭 한 고랑 - 애첩 한고랑 / 김진완 내일이 경칩이다. ..

시읽는기쁨 2018.03.05

기찬 딸 / 김진완

다혜자는 엄마 이름. 귀가 얼어 톡 건들면 쨍그랑 깨져버릴 듯 그 추운 겨울 어데로 왜 갔던고는 담 기회에 하고, 엄마를 가져 싸아한 진통이 시작된 엄마의 엄마가 꼬옥 배를 감싸쥔 곳은 기차 안. 놀란 외할아버지 뚤레뚤레 돌아보니 졸음 겨운 눈, 붉은 코, 갈라터진 입술들뿐이었는데 글쎄 그게, 엄마 뱃속에서 물구나무를 한번 서자, 으왁! 눈 휘둥그런 아낙들이 서둘러 겉치마를 벗어 막을 치자 남정네들 기차 배창시 안에서 기차보다도 빨리 '뜨신 물 뜨신 물' 달리기 시작하고 기적소린지 엄마의 엄마 힘쓰는 소린지 딱 기가 막힌 외할아버지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인데요, 아낙들 생침을 연신 바르는 입술로 '조금만, 조금만 더어' 애가 말라 쥐어트는 목소리의 막간으로 남정네들도 끙차, 생똥을 싸는데 남사시럽고 아프..

시읽는기쁨 201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