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2

가벼운 농담 / 김동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집이면 좋겠어 명지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처럼 맞댄 아랫도리 열불 나고 뻐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아지랑이 몽롱한 한나절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 가벼운 농담 / 김동준 지지난 주 KBS TV '인간극장'에서는 곰배령 아래 강선마을에 사는부부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눈에 묻힌 산골 오지마을에서 때 묻지 않고 동화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다. 사람은 자신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선망하게 되는 것 같다.내가 저들 ..

시읽는기쁨 2012.03.02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 자 물어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

시읽는기쁨 201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