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집이면 좋겠어
명지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처럼 맞댄 아랫도리 열불 나고
뻐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아지랑이 몽롱한 한나절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 가벼운 농담 / 김동준
지지난 주 KBS TV '인간극장'에서는 곰배령 아래 강선마을에 사는부부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눈에 묻힌 산골 오지마을에서 때 묻지 않고 동화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다. 사람은 자신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선망하게 되는 것 같다.내가 저들 나이 때는어리석게도 세상의 칭찬밖에 몰랐다. 시인은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흘이 삼 년이 되고 삼십 년이 되어도 가벼운 농담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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