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별은 다정하다 / 양애경

샌. 2012. 2. 6. 11:11

집에 돌아오며 언덕길에서

별을 본다

별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별은 그저 자기 할일을 하면서

반짝반짝하는 거겠지만

지구가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같아서

내가

혼자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 같아서 그렇다

 

눈에 닿는 별빛이 몇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라든지

그 별이 이미 폭발하여 우주 속에 흩어져버린 것일 수도 있다든지

보이저가 가보니까 토성의 위성은 열여덟 개가 아니라

사실은 스물한 개였다든지

그런 걸 알아도 그렇다

 

오히려 나도

다음 生에는

작은 메탄 알갱이로

푸른 해왕성과 얼켜 천천히 돌면서

영혼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도 좋겠다 싶다

 

누군가

열심히 살고 있는 작은 사람 같아서

가족의 식탁에 깨끗이 씻은 식기를 늘어놓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큰 냄비를

가운데 내려놓는 여자 같아서

 

별은 다정하다

 

     - 별은 다정하다 / 양애경

 

인간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대부분이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태양과 지구가 생기기 전 먼 먼 옛날,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을 때, 하늘에는 뜨겁게 빛나는 큰 별이 있었다. 이 별 한가운데에 있는 용광로에서는 수소를 재료로해서 무거운 원소들이 차례로 만들어졌다. 어느 날, 별은 짧은 수명을 마치고 폭발했고, 별의 몸을 이루던 물질들은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졌다. 다시 길고 긴 세월을 기다린 끝에 차가운 공간에 버려졌던 물질들은 응축을 시작했고 작은 불이 다시 켜졌다. 이때 지구도 생겨났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때 별이었고, 텅 빈허공이었다.

 

별이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대상인 건 거기가 바로 우리들 고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별은 아슬히 멀어 닿을 수 없다. 그런 단절의 쓸쓸함이 더욱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고향을 바라보면서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아픔을 우리 모두는 갖고 있다. 그래서 마음으로 그리는 별은 더욱 따뜻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빛이 내린 그리움의 언덕에서 너를 부른다. 별은 포근하고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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