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무 씨는 늦여름 꿈의 부피처럼 쬐그맣다 텃밭 풀 뽑고 괭이로 쪼슬러 두둑 세워 심었다 나는 가으내 돈 벌러 떠돌고 아내 혼자 거름 주고 벌레 잡아 힘껏 키워냈던가 김장독 삿갓 씌우고 움 파 무 거꾸로 세워 묻고 시래기 엮어 추녀 끝에 내걸으니 문득 앞산 희끗한 아침, 대접 속 무청이 새파랗다 배추김치 새빨갛다 그 아리고 서늘함 무슨 천년 묵은 밀지이듯 곰곰 씹어보다 눈두덩이 공연히 따뜻해지다 햇살 동쪽 창호에 붉은 날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이면우
예순 번의 겨울을 겪으면서 나의 따뜻했던 겨울은 언제였을까.먼 과거,철모르던 유년의 겨울로 돌아가면그 온기 아직 남아있을까.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살게 되었지만 이 겨울은 그리 따스하지 않다. 뭐가 빠져있길래 이리 차고 공허한걸까. 이 시가 그리는 정경이 유년의 추억과 겹쳐진다. 내 돌아가 쉴 그곳은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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