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개지치는 경쾌하고 날렵하다. 아래로 매달린 보라색 꽃에서는 바람이라도 분다면 맑은 종소리가 날 것 같다. 그래서 산에서 당개지치를 만나면 기분이 명랑해진다. 지난 번에는 서울에서 가평까지 당개지치를 보러 온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작년에 만났던 그 자리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당개지치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부분의 꽃들이 하늘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만 당개지치는 땅을 바라본다. 그래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숨은 듯 자신을 감추는 당개지치의 겸손을 배우고 싶다. 당개지치는 산 속의 그늘진 숲에서 자란다. 아래로 향한 꽃 밖으로 암술이 길게 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어린 잎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