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2

까치의 집짓기

아파트 화단에 있는 소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한 지 두 주일이 되었다. 까치 부부가 산에서 부지런히 잔가지를 물어와 둥지를 만든다. 워낙 밑으로 떨어지는 게 많아 별로 진도가 나가지 않더니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되었다. 까치는 집을 처음 지어보는지 서투르고 어설프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올라가서 도와주고 싶다. 하긴 부리만으로 쌓아올려야 하니 힘든 작업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무척이나 느리고 더딘 집짓기다. 집을 짓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다른 까치 한 쌍이 공격해 와서 서로간에 집을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며칠간 벌어졌다. 그럴 때는 네 마리가 얼마나 짖어대는지 온 아파트가 다 시끄러웠다. 지금은 질서가 잡혔고 조용해졌다. 많은 나무를 놔두고 하필 ..

사진속일상 2013.04.11

빈 둥지

뒷산을 산책하다가 새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여리지만 목청껏 울어대는 소리였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등산로 옆에 있는 나무 속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무 줄기에는 애기 주먹 크기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딱따구리 집인 것 같은데 하필 길 옆에다 만들어 놓았다. 이제 막 부화한 새끼가 어미를 부르는 소리였다. 가는 생명의 소리가 맑고 명랑했다. 단조로운 산책길에서 새끼 새들과 만나는 것이 내 즐거움이었다. 그 나무가 가까워지면 새들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나무를 톡톡 치면 새끼 새들은 울부짖듯 지저귄다. 아마 어미가 먹이를 갖고 온 줄 아는가 보다. 나는 괜히 애만 태우게 하는 것 같아 빨리 자리를 피해준다. 그런데 좀 불안했다. 등산로 옆에서 새끼 새들이 철 모르고 지저..

사진속일상 201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