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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논 / 이시영

마른논에 우쭐우쭐 아직 찬 봇물 들어가는 소리 앗 뜨거라! 시린 논이 진저리치며 제 은빛 등 타닥타닥 뒤집는 소리 - 봄 논 / 이시영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듣기 좋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 보기 좋다고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논에 들어간 물이 벼를 키우고, 그 곡식이 생명을 기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땅의 차가운 물과 하늘의 뜨거운 불이 만나 나락을 만드는 것이다. 알갱이 하나하나는 곧 물과 불의 결합이다. 어렸을 때는 논두렁을 따라 잘 다녔다. 개울로 놀러 나갈 때는 논두렁을 지나야 했고, 학교에 오갈 때도 지름길이 논두렁이었다. 논두렁을 따라 걸을 때면 그 폭신폭신한 감촉이 좋았다. 좁아서 조심해야 했지만 장난꾸러기들은 일부러 뛰어가는 스릴을 즐겼다. 논두렁에는 한두 개 쯤 물이 ..

시읽는기쁨 2013.05.07

밭 한 뙈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 밭 한 뙈기 / 권정생 아파보면 내 몸도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내 능력이나 재주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다른 것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내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증서는 일종의 차용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데 아쉬울 것 없어야한다. 내 것이라고 우기니 욕심도 생기고 속도 끓이게 되는 것이다...

시읽는기쁨 2009.12.17

땅의 옹호

'땅의 옹호'는 몇 해 전에 '녹색평론'에 실렸던 김종철님이 쓴 글입니다. 모니터로 이 글의 일부분을 본 옆의 동료가 글쓴이가 과격한 환경주의자인 모양이라고 말합니다. 환경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에는 환경낙관론자에서부터 환경비관론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마침 최근에 '환경 위기의 진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환경낙관론자가 쓴 것어어서 색달랐습니다. 그것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고의 소리는 쉼없이 듣고 있지만, 지구 환경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환경비관론자에 속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문명이나 과학 기술의 발전에 의해 환경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

참살이의꿈 200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