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밭 한 뙈기 / 권정생

샌. 2009. 12. 17. 13:00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 밭 한 뙈기 / 권정생

 

아파보면 내 몸도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내 능력이나 재주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다른 것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내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증서는 일종의 차용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데 아쉬울 것 없어야한다. 내 것이라고 우기니 욕심도 생기고 속도 끓이게 되는 것이다.

 

빌려쓰는 자로서의 분수를 지키며 살고 싶다. 그러면 좀더 감사하게 되고, 안달하고 속 상할 일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연말이 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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