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이별 / 정진규

샌. 2009. 12. 9. 10:27

그 여자와 작별하면서 나는 그 여자에게 이제 어머니로 돌아가라고 말한 바 있다 너는 이제 어머니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자는 함께 있으면 계집이 되고 헤어지면 어머니가 된다 그게 여자의 몸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 이별 / 정진규

며칠 전 초등학교 동기들의 송년회가있었다. 송년회라고 세 명의 여자 동기들도 함께 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니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만났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추억으로 인하여 서먹했던 자리는 금방 난로처럼 따뜻해졌다. "나, 오늘 늦어도 돼. 남편한테 허락 받았다구." 단발머리 소녀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되고, 어느새 손자를 보는 나이까지 되었다. 눈가의 주름과 흰머리를 가릴 수 없듯, 명랑한 웃음소리 뒤에는 덮을 수 없는 슬픔이 배어 나왔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 덧없이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만은 아니었다. 이 시에도 그런 슬픔이 묻어 있다. '여자는 함께 있으면 계집이 되고 헤어지면 어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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