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많은 점이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중학교에서는 연필을 못 쓰게 했다. 잉크를 찍어 펜으로 글씨를 쓰면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우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펜대는 무척 예뻤다. 디자인도 다양했고 속에는 여러 색깔의 알록달록한 무늬가 들어있어서 투박한 연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개구쟁이들에게 잉크병이 문제였다. 가방에는 쏟아진 잉크로 지도가 그려졌다. 책상이나 교실도 쏟아진 잉크로 얼룩이 지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잉크병에다 스펀지를 넣어가지고 다녔다. 만년필을 사용하게 된 건 훨씬 뒤의 일일 것이다. 비록 문방구에서 파는 값싼 만년필이었지만 그 덕분에 잉크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뚜껑에는 화살표가 그려진, 아마도 파카 만년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