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때까지 견디게나. 최후의 악이 부드럽게 녹아 인격이 될 때까지. 고통? 견디게나. 편안한 시간이란 쉬 오지 않는 법. 상처가 깊으면 어때. 깊을수록 정신은 빳빳한 법. 생각 끝의 끝에서라도 견디게나. 그 어떤 비난이 떼를 지어 할퀸다 할지라도 벼랑 끝에 선 채로 최후를 맞을지라도. 아무렴! 끝끝내 견디다가 산맥의 지리쯤은 미리 익혀놓은 후 영영 죽을 목숨일 때 바위, 뻐꾸기, 청정한 나무, 뭐 그쯤으로 환생하게. - 지조론 / 박주택 죽비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시가 있다. 느슨하고 나른해지는 정신이 화들짝 놀란다. 좀더 치열하고 깊이 살아야 하는데라는 반성이 뒤따른다. 이 시를 만났을 때 문득 추사의 세한도가 떠올랐다. '歲寒然後知松栢'(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의 진가를 알게 된다). 시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