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젖히고 - 방심(放心) / 손택수 '방심'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대개 경계하는 뜻으로 쓰인다. 사전을 찾아보니 '긴장이 풀려 마음을 다잡지 않고 놓아 버림'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아무 걱정 없이 마음을 편안히 가짐'이라는 두 번째 의미도 있다. '방심하다'라는 말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음을 편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