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3

배추는 다섯 번 죽는다

김장철이 다가왔다. 올해는 배추 파동을 겪은 뒤라 김장을 하는 느낌이 여느 해와는 다를 것 같다. 배추 한 포기에 15,000원이나 한 적도 있었으니 그때는 김장을 못하는 줄 알고 걱정한 사람도 많았다. 할인을 해도 1만원이 넘는 배추였는데 어느 가게 앞에서는 다섯 시간이나 줄을 서기도 했다. 지나치게 야단법석을 떨기도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 김치는 쌀 만큼이나 소중한 그 무엇임을 그때에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니까 나는 농작물 가격에 둔감한 편이다. 쌀을 비롯해서 여러 작물을 가져다 먹고 있으니 시장가격은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다.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올라서 농민들 형편이 나아졌으면 하고 바란다. 가격 문제는 유통구조 등 복잡한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농민을..

참살이의꿈 2010.11.02

배추를 심다

텃밭에 배추를 심었다. 이미 시들해진 오이와 토마토를 캐내고 거름을 약간 더 넣은 다음에 모종을 심었다. 읍내에서 배추 모종 한 판을 샀는데 120여 포기가 들어있고, 또 옆집에서 주는 모종까지 더해졌으니 약 150포기는 되는 것 같다. 우리 한 집 먹을거리로는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잘 되면 도시의 주변 사람들과도 나누어 먹을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껏 작물을 가꾼 경험으로 볼 때 맛있는 배추로 자라줄 것으로는기대를 하지 않는다. 우선 시간적으로 정성이 모자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서 물 주고 보살피는 것으로는 식물도 사랑 결핍증에 걸리는 것 같아 보인다. 일을 하는데 불현듯 작년의 일이 떠오른다. 작년에는 비가 오는 속에서 낙담한 가운데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배추를 심었다. 아마도 그날 찾..

참살이의꿈 2004.09.05

우리 배추

9월 초에 읍내에 나가 배추 모종을 샀다. 거름 한 포와 섞어서 뜰에다 심어 놓았다. 비가 내리던 그 날, 대충 대충 엉성하게 옮겨 놓기만 했다. 그 뒤 일이 생겨서 내려가 보지도 못한 채 한 달여가 지났다. 물을 주지도 김을 매주지도 못했다. 그런데 산흙을 퍼다 만든 마당의 척박한 땅에서 저 혼자 이만큼 자라 주었다. 농민들이 키운 배추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초라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자라준 배추가 고맙기만 하다. 사이 사이 솎아와서 이웃에도 나누어 주다. 그런데 잎이 억세서 냄비에 푹 끓여 먹어야 겠다.

참살이의꿈 200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