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에 읍내에 나가 배추 모종을 샀다.
거름 한 포와 섞어서 뜰에다 심어 놓았다.
비가 내리던 그 날, 대충 대충 엉성하게 옮겨 놓기만 했다.
그 뒤 일이 생겨서 내려가 보지도 못한 채 한 달여가 지났다.
물을 주지도 김을 매주지도 못했다.
그런데 산흙을 퍼다 만든 마당의 척박한 땅에서 저 혼자 이만큼 자라 주었다.
농민들이 키운 배추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초라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자라준 배추가 고맙기만 하다.
사이 사이 솎아와서 이웃에도 나누어 주다.
그런데 잎이 억세서 냄비에 푹 끓여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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