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한 달 만에 다녀오다

샌. 2003. 10. 5. 18:07
한 달 만에 내 터에 다녀왔다.
내려갈 때는 마지못해서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이러할까 싶었다.
그러나 올라올 때는 몇 가지 심각했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

내려가던 길에 한 집에 들렀다.
이분들은 벌써 10여년 전에 귀농하신 분들이다. 기반을 닦은 모습이부러운데 자신들도 초창기에는 무척 고생 많이 했다고 과거 얘기 들려주며 힘 내라고 하신다.
안스러워 걱정해 주는 마음이 표정에 서려 있다.

동네에서는 두 쪽 갈등 사이에 끼여 처신하는데 무척 괴롭다. 시시비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나에게 요구하는 사항을 어느 쪽도 받아들여주지 못했다.
잘못하면 이쪽 저쪽에서 동시에 욕을 얻어 먹어야 되는 처지다.
묘하게도 일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잘 되면 부드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로 보아서 확률은 낮지만 그러나 세상사란 인간의 예상과 어긋날 때도자주 있는 법이다.

어떤 사람들처럼 세상 사는데 좀더 당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큰 소리도 쳐보고, 딴지도 걸어보고, 쇼맨쉽의 행동도 하면서 상대를 다룬다면 세상 살기가 더 편할 것도 같다. 어느 정도까지는 생존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진심은 언젠가는 받아들여지리라 믿는다.
지금 고통스럽다고 현실을 회피하거나 가면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행히도 그간 서로간의 오해로 불편했던 이웃들과 화해를 했다.
그간의 일에 대해 직접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서로가 쑥스러워했다. 미안한 마음은 말 이전에 몸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추석 선물을 이제야 전달하다. 또 선물을 받기도 했다.

포클레인을 불러 터를 정리했다. 잘 다듬은 운동장같이 되었다.

앞과 뒤는 쳐다보지 말고 살아야겠다.
시간적 앞과 뒤, 공간적 앞과 뒤 - 과거의찬란했던 꿈과 미래의 불확실성, 그리고 터의 앞 뒤에서 벌어진 사건들로마음 아파했던 시간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 마가리로의 길이지만 조금은 나를 죽이고, 조금은 욕심을 줄이고 다시 한 걸음 내딛어 보는거다.

少私寡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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