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5

마르코복음[45]

요한이 "선생님, 어떤 사람이 선생님 이름으로 귀신 쫓아내는 것을 보고 저희가 막았습니다. 그가 우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예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시오.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고 나서 곧 나를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대들이 그리스도의 사람이라서 그대들에게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사람은, 진실히 말하거니와, 보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 마르코 9,38-41 이 당시에 갈릴래아 지방에서는 예수의 이름을 사칭하며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예수의 명성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다. 제자 요한이 그들을 비난하자 예수는 다른 말씀을 하신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입..

삶의나침반 2022.05.06

차가운 물빛공원

분당에 나갔다 오는 길에 물빛공원에 들렀다. 요 며칠 강추위가 찾아와서 호수 물이 꽁꽁 얼었다. 어제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40년 만의 최저 기온이었다고 한다. 집에만 들어앉아 있어서 뉴스로만 접했지 체감은 못했다. 오늘은 날이 풀어졌다는데도 남은 냉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물빛공원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옆에 있는 야산 길도 조금 걸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하면서 반주로 소주 몇 잔을 즐겼다. 그리고 시공간의 환영(幻影)에 대한 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요사이 읽고 있는 책 탓인지 몰랐다. 시간이 직선상의 절대적인 흐름이 아님은 이미 밝혀졌다. 공간 역시 무한대로 펼쳐져 있지 않은지 모른다. 종이 두께로 겹쳐져 있어도 인간의 의식은 무한대로 인식할 수 ..

사진속일상 2021.12.27

인간과 사물의 기원

재미있는 책이다. 이라는 제목만 보면 무거운 과학 서적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책 제목도 일부러 이렇게 비틀어 정한 것 같다. 지은이 김진송 씨의 기발한 상상력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을 연상시킨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지은이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양평에 내려가 목수가 된 분이다. 최근에는 라는 책을 펴냈다.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지식에 대한 냉소가 상쾌하다. 기존 관념을 혐오하면서 유머러스하게 비튼다. 거기에는 인간 문명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현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질서의 세계로 보이지만 지은이에게 합리성과 이성은 질서를 위한 형식이며 억압일 뿐이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올바르다고 믿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자신의 억압과 속박..

읽고본느낌 2012.01.09

Imagine

친구야, 역시 우리의 견해차는 좁혀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구나. 우리 젊었을 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순수함은 어디로 갔느냐고 내가 물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런 꿈이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현실에 잘 적응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변한 것은 자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젊었을 때 의기투합하던 마음 사이로 이제는 큰 강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구나. 그 강을 건너간 것은,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물을 만든 것은 바로 내 탓이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회의를 갖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그런 변화가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구나. 하여튼 내 가치관의 패러다임이 반전하게 되는 계기가 어느 ..

길위의단상 2006.07.28

어떤 날은

어떤 날은, 밤길이라도 달려 동해 바다에 가고 싶다. 인적 끊긴 바닷가에 앉아 잠들지 못하는 파도의 속삭임을 듣고 싶다. 옛날 어느 때처럼 오징어와 소주 한 병 옆에 두고 한없이 슬픈 생각에 잠기고도 싶다. 어떤 날은, 한 사나흘 폭설에 갇혀 세상과 끊어지고도 싶다. 몇 해전이었던가 강원도에 폭설에 내렸던 때, 미시령 휴게소에 갇힌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그렇게 키를 넘는 눈 속에서 굴을 뚫어 화장실까지 길을 내고, 눈 녹기를 기다리며 고립되고 싶다. 어떤 날은, 몸과 몸으로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 플라토닉 러브 같은 피곤한 사랑 대신 원초적 사랑에 젖어보고 싶다. 단 하루 밤이라도 좋으니 오직 몸과 몸이 부딪치는 예민하고 부드러운 감각에 나를 맡기고 싶다. 어떤 날은, 한 열흘쯤 단식을 하고 몸과..

길위의단상 200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