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나갔다 오는 길에 물빛공원에 들렀다. 요 며칠 강추위가 찾아와서 호수 물이 꽁꽁 얼었다. 어제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40년 만의 최저 기온이었다고 한다. 집에만 들어앉아 있어서 뉴스로만 접했지 체감은 못했다. 오늘은 날이 풀어졌다는데도 남은 냉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물빛공원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옆에 있는 야산 길도 조금 걸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하면서 반주로 소주 몇 잔을 즐겼다. 그리고 시공간의 환영(幻影)에 대한 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요사이 읽고 있는 책 탓인지 몰랐다. 시간이 직선상의 절대적인 흐름이 아님은 이미 밝혀졌다. 공간 역시 무한대로 펼쳐져 있지 않은지 모른다. 종이 두께로 겹쳐져 있어도 인간의 의식은 무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양자역학의 기이한 현상이 여러 유추를 가능케 한다. 우주는 실재 세계가 아니라 매트릭스를 바탕으로 프로그램화된 가상 세계일 수도 있다. 기묘하고 재미있는 세계다.
호수 얼음에 생긴 무늬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멀리서 보면 새 발자국처럼 찍혀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눈의 결정 모양이다. 더 가까이 가면 나뭇가지 형상이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밤에 비행기를 타고 가며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같다. 이런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세밑의 어느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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