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2

금붕어 길들이기 / 이안

처음엔 풀 밑으로 숨기 바빴지 한 번 주고 두 번 주고 며칠 지나니 이제는 살랑살랑 마중을 오네 먹이 몇 번 주었을 뿐인데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 거야 길든다는 말 길들인다는 말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다는 거였어 살랑살랑 길을 들인다는 거였어 - 금붕어 길들이기 / 이안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서 '길들인다'는 게 뭔지 묻는다. 길들여져 있지 않아서 같이 놀 수 없다고 여우가 말했기 때문이다.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야. 넌 아직 나에게는 다른 수많은 꼬마들과 다를 바 없는 한 꼬마에 불과해. 그러니 나에겐 네가 필요없어. 또한 너에게도 내가 필요없겠지.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시읽는기쁨 2016.08.09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 한 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 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멀기만 하네 시집 한 권 팔리면 내게 삼 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래에 익숙해 지면서경제적 가치로 물건을 판단하는데 길들여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삭막한 자본주의 체제라도 정말로 소중한 것은 계량화될 수 없는 것들이다. 정, 신뢰, 사랑을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다. 세상이 매겨놓은 금전적 가치보다는 숨어있는 사물..

시읽는기쁨 200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