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샌. 2005. 1. 29. 17:07

시 한 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 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멀기만 하네

 

시집 한 권 팔리면

내게 삼 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래에 익숙해 지면서경제적 가치로 물건을 판단하는데 길들여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삭막한 자본주의 체제라도 정말로 소중한 것은 계량화될 수 없는 것들이다.

정, 신뢰, 사랑을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다.

세상이 매겨놓은 금전적 가치보다는 숨어있는 사물의 내재적 가치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는 적이 없다. "그애 목소리리는 어떻지? 그 앤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는지?"라는 말을 그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 앤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고? 몸무게는? 아버지 수입은 얼마야?"하고 그들은 묻는다. 그제서야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줄로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야, 근사하겠구나!"하고 소리친다.'

 

- '어린 왕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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