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2

연인의 자격 / 유안진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홀씨 바람 타듯이 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려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가을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습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 받지 못하는 시 한 편도 희고 붉은 피톨 섞인 눈물로 쓰인 줄을 아는 사람 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 받아내는 사람 자유로워지려고 덜 가지려 애쓰는 ..

시읽는기쁨 2012.11.28

동무와 연인

김영민 씨의 글을 읽으면 이름 그대로 영민함이 번뜩인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신선하고 색다르다. 우리의 통속적인 관점을 가차 없이 또는 잔인할 정도로 조롱하고 가면을 벗긴다. 약간은 현학적인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그의 글에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번에 이라는 책을 읽었다.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역사상에서 주목할 만한 동무나 연인, 사제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의 진실을 얘기한 책이다. 서문은 이렇다. ‘동무는 불가능한 것을 가리킨다. 가능하지만, 오직 타락했으므로, 닿을 수 없으므로 가능해지는 사연들을 일컬어 연인이라고 부른다. 가족을 버리지 않으면 스승을 따를 수 없었던 경험처럼, 스승, 혹은 그 지평으로서의 동무의 불가능성을 증명해주는 세속의 덕으로 우리 모두는 친구를 ..

읽고본느낌 200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