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명예와 돈을 미리 내다보고 법과대학에 들어가려 혈안일 때에 나는 영원과 아름다움을 꿈꾸며 어리석게 문과대학을 지원했다 남들은 명문세가를 좇아 배우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란 현모양처를 구했다 이웃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을 넘어 남으로 갔을 때 나는 산을 떨치지 못해 추운 북녘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땅을 사서 값진 과목들을 심을 때 나는 책을 사서 몇 줄의 시를 썼다 세상을 보는 내 눈은 항상 더디고 사물을 향한 내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한평생 내가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 그래서 또한 내가 얻은 건 자유와 평온이다 - 바보 이력서 / 임보 행인지 불행인지 지금까지 이력서란 걸 거의 써보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동으로 취직이 되었고, 그 뒤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