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꽃 2

아차산 둘레길을 걷다

용두회에서 아차산 둘레길을 걸었다. 여섯 명이 함께 했다. 3년 전만 해도 아차산 정상을 지나는 코스를 잡았을 텐데 이제는 힘들게 걷지 말자는 분위기다. 세월이 더 흐르면 이런 길마저 벅차게 다가올 거다. 산길을 걷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데크와 흙길로 된 둘레길은 우리 같은 나잇대가 걷기에 딱 적당했다.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는 서울 시내가 펼쳐져 보였다.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이 눈부셨다. 아까시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산길이었다. 걸은 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이었다. 긴고랑골에서 걷기를 마치고 마을버스를 타고 군자역으로 나와 해물탕으로 점심을 했다. 안주가 좋아서 소주가 빠질 수 없었다. 루틴대로 당구 한 게임을 하고 일정을 마쳤다. 요사이 당구는 연승 중이다. 스트로크에 신경..

사진속일상 2025.05.09

이팝나무

우리 민족의 밑바탕 정서에는 한(恨)이 숨어 있다고 한다.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한은 핏줄을 따라 대대로 이어지며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이팝나무를 보면 이상하게도 그런 한이 먼저 떠오른다. 5월에 흰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는 겉으로만 보면 화사하고 화려하다. 마치 함박눈을 뒤집어쓴 듯 온통 하얀색인데 햇빛이라도 비치는 날이면 눈이 부실 정도이다. 이름 그대로 하얀 쌀알을 나무에 붙여놓은 것 같다. 그런데 나무 이름 탓일까, 결코마음 편하게 꽃을 감상할 수는 없다. 이팝은 이밥을 뜻하는데, 배 곯은 사람들이 저 꽃을 보며 한 공기 가득 담겨나온 하얀 이밥을 연상하며 이름을 붙였으리라고 충분히 상상이 된다. 집에 양식은 떨어지고 새끼들은 배 고프다고 울 때 풀뿌리라도 캐러 산에 오른 ..

꽃들의향기 200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