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밑바탕 정서에는 한(恨)이 숨어 있다고 한다.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한은 핏줄을 따라 대대로 이어지며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이팝나무를 보면 이상하게도 그런 한이 먼저 떠오른다. 5월에 흰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는 겉으로만 보면 화사하고 화려하다. 마치 함박눈을 뒤집어쓴 듯 온통 하얀색인데 햇빛이라도 비치는 날이면 눈이 부실 정도이다. 이름 그대로 하얀 쌀알을 나무에 붙여놓은 것 같다. 그런데 나무 이름 탓일까, 결코마음 편하게 꽃을 감상할 수는 없다. 이팝은 이밥을 뜻하는데, 배 곯은 사람들이 저 꽃을 보며 한 공기 가득 담겨나온 하얀 이밥을 연상하며 이름을 붙였으리라고 충분히 상상이 된다. 집에 양식은 떨어지고 새끼들은 배 고프다고 울 때 풀뿌리라도 캐러 산에 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