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보고 지나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 화면이 마음에 드세요?" "의외입니다." "아니, 당신한테 이런 면이 있다니."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이답게 놀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가냘픈 소녀가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바탕화면이 영 내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이 화면은 여러 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고른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속에는 소녀적인 취향이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여리고 감성적인 여성성 또한 나를 이루는 한 구성 요소인 것이다. 나 자신도 내 속에 들어있는 나를 알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재미있어 하며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