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이면은 아버지 따라 소 끌고 괭이 메고 저 종달새 우는 들로 나갑니다 아버지는 갈고 나는 파고 둥그런 달님이 저 산 위에 솟을 제 시내에 발 씻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가 지어 놓으신 따뜻한 조밥 누이동생 끓여 놓은 구수한 된장찌개에 온 식구는 배를 불립니다 고양이 개까지.... 여름이면은 아버지 따라 호미 메고 낫 들고 저 불볕이 뜨거운 밭으로 갑니다 아버지는 풀을 매고 나는 가라지 뽑고 한낮 몹시 뜨거운 때면 누이동생 갖다주는 단 감주에 목 축이고 버들 그늘 냇가에서 고기도 낚습니다 석양이면은 돌아올 때 소 먹일 꼴 한 짐 잔뜩 베어 지고 옵니다 저녁에는 어머니가 짜서 지은 시원한 베옷 입고 온 식구 모깃불가에 모여 앉아 농사 이야기에 밤 가는 줄 모릅니다 이러하는 새에 앞산에 단풍이 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