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두 눈을 깊게 뜨고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첼로를 켜며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부터 떠오르는 아침이면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달력 속에서 뚝, 뚝,꽃잎 떨어지는 날이면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나는 너에게로 가까..

시읽는기쁨 2024.07.09

퇴계 선생의 묘비명

퇴계(退溪) 선생은 학식만이 아니라 고매한 인품으로 인하여 후세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시다. 매화를 무척 사랑하셨고, 또 기생 두향과의 러브스토리도 전하고 있는 걸로 보아 선생은 딱딱한 유학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과부가 된 며느리를 개가시켜 줄 정도로 마음이 따스한 인본주의자이기도 했다. 선생은 당쟁만 일삼는 정치판에 별 관심이 없었으며 임금이 여러 번 벼슬을 내렸지만 사양한 경우가 많았다. 풍기군수를 지내던 때는 세 번이나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수리가 되지 않자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 버리기도 했다. 선생은 고향에서 은둔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자족하신 분이셨다. 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 일어나 앉아 자리를 정리하게 하고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라는 당부를 하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

참살이의꿈 2010.12.14

마음의 보약

퇴계 이황 선생은 재미있는 비유를 써서 사람을 살리는 마음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마음을 잘 다스려 맑게 하면 병도 사라진다며 활인심방(活人心方)을 소개한다. 그중의 하나에 중화탕(中和湯)이라는 약이 있다. 중화탕은 30 가지 약재를 버무린 탕약이다. 물론 이 약재는 한약방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약재들을 ‘신장의 물’[腎水]에 넣고 ‘심장의 불’[心火]로 끓이면 된다. 중화탕을 꾸준히 복용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병도 고친다. 또한 원기(元氣)를 지켜 질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못하므로 병이 생기지 않고 평안히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중화탕에 들어가는 30 가지 약재는 다음과 ..

참살이의꿈 200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