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힘든 일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리니 마음은 내일에 사는 것 오늘이 슬프다 해도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 버리고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는 것이다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슈킨 옛날 이발소에는 돼지 그림에 이 시의 첫 구절이 적힌 액자가 의례 걸려 있었다. 우리 세대라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한 시가 이것일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글귀가 러시아 시인이 쓴 유명한 시의 한 부분인 줄 전혀 몰랐다. 푸슈킨이라는 이름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십대 때는 이 시가 왠지 싫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값싼 위로를 준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고민하고 고뇌하던 시기, 그런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