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 동안 앉아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너 - 너 / 피천득 권정생 선생님에 이어 며칠 사이로 피천득 선생님마저 타계하셨다. 아흔여섯 긴 세월 동안 천진난만한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신 선생님의 생애는 그 자체가 한 편의 단아한 수필로 보인다. 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수필'이라는 글이었다.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숲 속으로 난 고요한 길이다.' 이미 40년 전이지만 교과서에 실렸던 청자 연적의 사진 한 장까지 기억이 난다. 연적을 장식한꽃잎 하나가 어긋나 있었는데 바로 그 파격의 맛이 수필이라고 설명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