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어느 하루라도 큰 회화나무에서 떨어진 꽃무늬는 참 좋다 줍고 싶을 만큼 태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쓸어버려야 할 만큼 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제 그늘 안쪽으로 살풋하게 내려앉은, 흰빛에서 연둣빛 사이를 오가며 엮은 수수한 돗자리처럼 보이는 심심한 무늬가 두어 평 남짓 안에서 고요하다 수수한 자리에 슬며시 들어서서 몹시 우는 매미를 열심히 받아주노라면 이해 불가능에서 이해 가능으로 길이 꺾이고, 꺾이자마자 길은 곳곳이 맘 좋은 초록이다 몇 송이 꽃잎을 더 내려 앉혀주며 여름은 편하게 제 깊이를 다 펴고 한숨 잔다 고요한 그 사람의 속 깊은 염려 속인가, 생각수레 덜컹거리지 않아 악의(惡意)도 잘 잔다 꺾인 길섶으로 한참은 더 초록이 좋으리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는 좋기도 하지. - 큰 회화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