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 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 아지매는 할매 되고 / 허홍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