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2

가을 들녘

새벽에 무서리가 내리다. 농사를 거두는 손길이 더 바빠진다. 겉으로 보이는 농촌의 가을 들녘은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자가용을 타고일별하며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눈요기 감으로 좋은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리라. 올해도 양으로는 풍년이건만 그러나 누구의 얼굴에서도 풍년의 함박웃음은 보이지 않는다. '농사 잘 되었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어렵다. 분명 돌아오는 대답은 '풍년이면 뭐하게?'하는 식의 자조적인 반응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황금 들판을 바라보는 농부의 환한 미소가 있었다. 무엇이 농촌을 이토록 삭막하게 만들었는가? 농민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상대적 빈곤감인가? 이 사회 어디에서나 제 것과 제 몫 챙기기에 미쳐버렸는데 농민들도 마찬가지인가? 추수가 시작되었지만 우리 들..

참살이의꿈 2004.10.03

늙은 호박은 아름답다

올 봄에 앞 밭에다가 호박 10여 포기를 심었다. 호박을 얻는 목적보다는 긴 줄기를 뻗어서 맨 땅을 덮어달라고,그래서 풀이 좀 덜 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심은 것이었다. 거름과 비료를 한두 번 정도 준 외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그런대로 잘 자라주었다. 사람들이지나가면서 호박 참 잘 되었다고 하는 칭찬도 들었다. 올해 어떤 집은 호박이 거의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올해 심은 작물 중에서그런대로 만족하는 것이 이 호박이다. 그래서 호박잎도 따서 쪄먹고, 애호박도 눈에 띄는대로 따다가 맛있게 먹고 도시의 이웃에도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때가 지나서 못 딴 호박들은 군데 군데 늙은 호박으로 되어 누워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편안하고 평화롭다. 가을의 풍요함이 저 누런 호박을 통해..

참살이의꿈 200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