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장마가 끝난지 닷새가 지났다. 장마 막바지에 많은 비가 와서 경안천에도 홍수주의보가 내렸다. 경안천에 나가봤더니 홍수가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천변 공원은 발을 딛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정상 상태로 회복하자면 많은 공이 들어야 할 것 같다. 큰물에 떠내려간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서 모이는 걸까? 나일강이 범람하면 비옥한 땅을 선물한다지만 여기는 악취만 진동한다. 옛 자리에 잘못 들어섰다가 훌쩍 미끄러질 뻔 했다. 그래도 멀리 눈을 돌리면 초록의 숲이 반짝이고, 홀로 개울가를 찾은 백로는 세상 태평한 듯 서성거린다. 다리 위에 앉아 빵부스러기를 던져주는 한 청년 밑에는 팔뚝 만한 잉어들이 서로 먹이를 다투느라 요란하다. 돌아갈 때 봐도 이 청년은 같은 자리에 하염없이 앉아 잉어와 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