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큰 물이 나다

샌. 2011. 7. 28. 18:10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 사흘 동안 700mm 가까운 비가 내렸다. 특히 7월 27일에는 하룻동안 472.5mm가 쏟아져 7월의 서울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그날 강남은 물바다로 변했고우면산 산사태로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춘천에서도 산이 무너져 대학생 등 13명이 숨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곳 광주에도 곤지암천과 경안천이 범람해 피해가 컸다. 10여 명의 인명 손실도 있었다. 비가 잠시 그쳤을 때 지나가 본 경안천 주변은 홍수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금은 물이 빠졌지만 천 주변은 많은 곳이 침수되었다. 광주시민들은 팔당댐 때문에 경안천의 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말한다. 현장에서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한강 팔당댐까지 나가보았다. 댐을 빠져나온 흙탕물이 소용돌이치며 하류로 쏟아지고 있었다. 굉음을 내며 흐르는 물을 사람들은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자연의 위용 앞에서는 할 말을 잃고 인간 존재의 왜소함을 깨닫는다. 더구나 지금은 많은 이웃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얌전한 우면산이 화를 낸 것은 인간에 대한 경고가 분명하다. 도시에 인접한 우면산은 그간 사람의 손길을 너무 탔다.생태공원을 만들고, 터널을 뚫고, 전원마을이 잠식해 들어갔다.이번에 사고가 난 남태령 전원마을은 거의 우면산 정상부에 있다. 어떤 곳은 산의 물길을 막고 마을을 만들었다. 산 속 등산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니 길은 거미줄처럼 많아지고 편의시설을 만든다고 공사를 벌이니 산은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일어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난개발이 피해를 키웠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이번 산사태 원인을 아까시나무 탓으로 돌리고 있어 어이가 없다.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약해서 물을 많이 머금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산사태 원인을 나무에게 돌리는 건 처음 들어보는 해괴한 논리다. 저 큰 물을 보며 자연 앞에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인간의 이용 대상이 아니다. 자연의 원리에 반하는 욕망과 오만은 언젠가는 반대급부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비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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