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광주 앵자봉

샌. 2011. 7. 26. 10:03


오래전부터 천진암에 들리면서 앵자봉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음만 있었지 앵자봉에 오를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어느 해는 등산 준비를 갖추고 갔지만 등산객은 주차장 이용을 못하게 해서 화만 내고 되돌아오기도 했다. 며칠 전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산 약속을 했고 드디어어제 K와 앵자봉에 올랐다.

 

천진암 주차장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다 그냥 우산을 쓰고 출발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그쳤다. 그러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옷이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길은 구름 속이었다. 주변은 온통 안개에 덮인듯 뿌연데 흐릿한 나무의 윤곽들 사이로 지나는길은 환상적이었다.

 

오르는 길은 완만하면서 부드러웠다. 앵자봉은 육산으로 바위가 전혀 없다. 앵자산(鶯子山)은 '꾀꼬리 앵'자를 쓰는데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산에서 들리는 새소리마저 꾀꼬리가 아닌가 싶어진다. 북쪽 산자락에 천주교 성지인 천진암이 있다.

 

시야가 답답했지만 다행히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었다. 소리봉과 박석고개를 지나 앵자봉 정상에 섰다. 해발 667 m다. 사방는 여전히 짙은 구름 속이었다. 감자떡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하산길로 들어섰다. 산 능선을 한 바퀴 도는 라운딩 코스라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지 않아서 좋았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보다는 경사가 심했다.

 

아침 10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 30분에 도착했으니 4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동안 산길에서는 한 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여기는 교통이 불편해서 찾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걷기에는 아주 좋은 산이다. 산길은 부드럽고 경사도 적당하다. 원형의 라운딩 코스는 길이도 적당하다. 친구는 다음에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와야겠다고 말했다. 집에서 가까우니 나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산을 하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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