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 구석에 피어 있는 흰명자꽃을 만났다. 여기에 산지도 3 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눈에 띄었다. 나무의 크기로 보아 최근에 심은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꽃이라면 유심히 살피는 편인데 그간 무심하게 지나치기만 했다.그렇게 첫 만남인데다 자주 보지 못하는 흰명자꽃이서 더욱 반가웠다. 흰명자꽃 색깔은 뽀얀 우윳빛에 가깝다. 붉은색의 명자꽃이 화려하고 고혹적이라면 흰명자꽃은 소박하면서 수수하다. 인생의 신산을 다 맛보고 모든 것을 비워낸 탈색의 경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붉은색 명자꽃은 강렬하고 화려하지만 그만큼 슬프고 아프기도 하다. 뜨거운 만남 뒤에는 반드시 눈물의 이별이 진한 법이다. 명자꽃은 산당화(山棠花)라고도 부른다. 시인은 산당화 봉긋하게 피는 걸 보며 어머니와 순자의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