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는 수줍어하는 고운 새색시 같은 꽃이다. 야산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꽃의 이미지가 그렇다. 어느 누가 진달래에다 슬픈 한의 전설을 덧붙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만나는 진달래는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 산에서 뛰놀다 허기를 채워주던 진달래는 얼마나 고마운 꽃이었던가. 그때 우리는 이 꽃을 참꽃이라 불렀다. 결코 어두운 느낌의 꽃이 아니다. 앞산을 산책하다가 진달래를 만났다. 진달래는마을 옆 작은 산에 듬성듬성 피어 있어야 제맛이 난다. 영취산이나 고려산 같이 산 전체가 온통 진달래로 뒤덮인 곳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할지는 몰라도 내 추억 속의 진달래는 아니다. 아직 나뭇잎이 나오지 않은 산에서 홀로 피어나 봄소식을 알리는 꽃, 선명히 드러나지만 부끄러운 듯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진달래야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