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새 학년이 되면 담임 선생님께 가정환경조사서를 적어냈다. 그중에서 '취미', '특기', '장래 희망' 같은 걸 적을 때면 항상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게 없었던 나로서는 그날 기분에 따라 적당한 말로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취미'를 적을 때 제일 많은 써먹은 것은 '독서'였다. 그러나 학생으로서 독서가 취미가 될 수 있느냐는 담임 선생님의 핀잔을 들은 뒤로는 그마저도 마음 놓고 적을 수 없었다. '특기'와 '장래 희망'은 더욱 난감했다. 언젠가는 '특기'도 독서로 써넣고는 실소하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젠 분명히 답할 수 있다. 만약 특기를 묻는다면 '혼자서도 잘 놀기'라고 당당히 대답하겠다. 젊었을 때는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 싫었는데 나이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