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루를 보내려 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고운 하늘에 끌려서 배낭을 꺼냈다. 집에 그냥 있기가 너무 아까운 날이었다. 이런 때는 무조건 집을 나서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면 된다. 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일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때는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를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이제 그런 자유와 행복이 주어졌다.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은고개에서 내렸다. 그리고 남한산성으로 연결되는 산길을 걸었다. 시야가 열릴 때마다 눈부신 가을 하늘이 축복으로 다가왔다. 벌봉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남한산성 본성으로 들어가 성곽길을 따라 걸었다. 북문을 거쳐 남문에 이르렀다. 남문에서 성곽을 빠져나와 검단산 쪽으로 향했다. 시멘트 길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