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3 3

한정록

빗소리를 들으며 을 읽는다. 은 허균(許筠)이 42세 때, 중국의 고서들에서 선비들의 한적한 삶을 그린 글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당시는 어렵게 진출했던 공직에서 쫓겨나는 등 허균으로서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아마 그 자신 은둔의 삶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서(序)에서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라 찬찬하지 못하였고, 또 부형父兄이나 스승 또는 훈장이 없어서 예법 있는 행동이 없었다. 또 조그마한 기예技藝는 세상에 보탬이 될 만하지도 못하면서도 스물한 살에 상투를 싸매고 과거를 보아 조정에 나갔다. 그러나 경박하고 거침이 없는 행동에 당세 권세가에게 미움을 받게 되어, 나는 마침내 노장老莊이나 불교 같은 데로 도피하여, 형해形骸를 벗어나고 득실得失을 ..

읽고본느낌 2012.09.13

마타리(2)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한 웅큼을 꺾어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황순원의 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소녀가 말한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마타리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대표적인 꽃이다. 들판에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마타리를 보면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한다. 양평의 황순원문학촌에 '소나기마을'이 있다는데 거기도 지금쯤 마타리가 한창일까? 가 보고 싶다.

꽃들의향기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