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5 2

호암미술관 반송

오래된 소나무는 아니지만 수형이 아주 예뻐 이곳에 올린다. 첫눈에 단아한 고려청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한 조형미가 빼어나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똑같다. 귀족적 고상함이라고 할까, 호암미술관 분위기가 나는 반송이다. 미술관 마당에는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공작새가 한 마리 있다. 사람 모인 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가끔 울기도 하는데 공작새 소리는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마침 옆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반송이야말로 소나무의 공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년의나무 2013.04.25

자꾸 늘어나는 모임

퇴직하면서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지내고 싶었다. 인생의 한 매듭에서 정리할 건 정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마침 서울을 벗어나 광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잘 됐다 싶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핑계인지 모르지만 인간관계를 칼로 무 자르듯 할 수는 없었다.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겉과 달리 내심은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사람들마저 만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부부 모임이 생겼다. 성당에 다니는 여인네들끼리 반모임을 하다 보니 서로 친해지게 되었고 남자들도 포함시키자고 해서 부부 모임으로 확대되었다. 나로서는 꺼려지는 조건만 갖추고 있어 나가지 ..

길위의단상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