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1 3

달팽이의 귀환

작년 가을에 고향에서 올라올 때 어머니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싸주셨다. 그 더미 속에 묻혀 달팽이 한 마리가 따라온 걸 집에 와서야 발견했다. 줄을 잘못 섰다가 졸지에 정든 땅과 생이별한 신세가 된 것이다. 다시 돌려보낼 길은 없고 집에서 한 번 길러보자 하고 화분에 배춧잎을 깔아 새 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웬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달팽이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온 베란다를 뒤졌지만 도저히 찾지 못했다. 새 환경이 낯설었는지 어디로 숨어버린 것 같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수색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달팽이는 잊혀졌다. 사라졌던 달팽이가 오늘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화분에 붙어 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여섯 달 만이었다.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돌아온 탕..

사진속일상 2013.04.21

효종왕릉 느티나무

효종왕릉 재실 뜰에는 회양목 외에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나무다.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 재실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관리하시는 분이 말하길 잎이 돋아나면 더 멋있다고 하신다. 특히 첫눈이 내리면 최고로 환상적이라고 덧붙이신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효종왕릉 재실(齋室)은 여느 가정집과 비슷하다. 아담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아늑하고 포근하다. 뜰에 있는 이 느티나무가 그런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옆에 있는 세종왕릉인 영릉과 달리 이곳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늘 조용하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느티나무의 변신을 지켜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13.04.21

효종왕릉 회양목

세종왕릉인 영릉(英陵) 옆에는 효종왕릉인 영릉(寧陵)도 있다. 두 능이 한글 이름은 같다. 효종왕릉 재실(齋室) 뜰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양목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회양목이라고 한다. 여기에 재실이 조성된 게 1763년이라니 수령은 약 300년 정도로 짐작한다. 키는 4.7m고, 줄기 둘레는 21cm다. 워낙 더디게 자라는 나무라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에 최고령이었던 용주사 회양목이 고사하고 난 뒤에 효종왕릉 회양목이 천연기념물 자리를 물려받았다. 2005년의 일이었다. 이 회양목은 수형이 예쁘다. 무척 곱게 자랐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침 회양목에는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다. 먹이도 먹지 않았는지 삐쩍 마른 모습이 애처로웠다. 동물이 자식을 키워내는 정성은 갸륵..

천년의나무 201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