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갔다가 고층에 살고 있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던 참이었다. 6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멎고 문이 열렸는데도 한 여자 어린이가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이었다. 얼굴은 잔뜩 찡그러져 있었다. 처음에는 왜 타지 않는지 영문을 몰랐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얼굴만 내민 채 "괜찮아, 타도 돼." 라고 말했다. 그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남자가 있으니 무서워서 못 탄 것이었다. 나도 웃으며 "할아버지니까 괜찮아, 타."라고 말했다. 아이는 마지못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몇 학년이냐고 물으니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아이는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세상이지만 막상 이런 상황을 만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