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자 그는 가만히 곡기를 끊었다. 물만 조금씩 마시며 속을 비웠다. 깊은 묵상에 들었다. 불필요한 살들이 내리자 눈빛과 피부가 투명해졌다. 하루 한 번 인적 드문 시간을 골라 천천히 집 주변을 걸었다. 가끔 한 자리에 오래 서 있기도 했다. 먼 데를 보는 듯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향해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저녁별 기우는 초저녁 날을 골라 고요히 몸을 벗었다 신음 한 번 없이 갔다. 벗어둔 몸이 이미 정갈했으므로 아무것도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개의 몸으로 그는 세상을 다녀갔다. - 좌탈(坐脫) / 김사인 이렇게 저세상으로 갈 수는 없을까? 동물의 죽음에서 성자의 모습을 본다. 인간계에서는 생사를 깨친 선승만이 좌탈입망(坐脫立亡) 할 수 있다고 한다. 요사이는 웰빙보다 웰다잉(wel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