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중에 닉네임이 '머거주기'인 분이 있다. 처음에는 먹성이 좋다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어렸을 때 말을 받아먹기만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말 없는 아이였다는 뜻이다. 말 없기로 치면 나도 그분 못지않았다. 어머니가 혀를 차며 자주 들려주는 일화가 있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니 여섯 살 때쯤 되었을 것이다. 그때는 5일마다 열리는 장에 따라가는 게 제일 즐거운 날이었다. 신나는 볼거리도 많았을뿐더러, 군것질거리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사탕 몇 알 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 장터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날 나는 할머니를 따라 장에 갔다. 할머니는 곡식을 팔고는 호미를 비롯해 몇 가지 물건을 샀을 것이다.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